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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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새해 - 이정록 시

시인 이정록 교수 2022. 1. 2. 06:48

나무의 새해

이정록

새순이 돋고 잎이 커지고
꽃망울을 틔우고 날개를 펴고
세상은 꿀향이 흐르리라 믿었습니다

햇살이 내리는 날
꽃들이 만발하고 훈풍이 불고
종달새 풀피리 불어대는 날
벌나비 격한 사랑으로
자식들이 열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늦봄에는 샘이 말랐습니다
여름에는 태풍으로 자식을 잃기도
어깨와 허리가 부러지기도 했고
겨울에는 시베리아 불청객이
옷을 벗기어 갔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내 몸속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내 뿌리는 대지의 생명수를 퍼올립니다
내 어께 마디마디에 아가들 잉태하여
새근새근 잠을 재워서
봄을 기다립니다

그 어느 누구도 내 알몸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나는 올 한 해 열심히 살았기에
보람되고 행복했습니다

새해에도 혹독한 아픔이 오더라도
나는 새순을 올리고
잎을 키우고 꽃망울을 틔우고
꿀향을 생산하고
예쁜 자식들을 생산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