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의 철학
이정록
지나던 바람이 묵묵히 던진다
"꼭 있을 자리에 있어
천 년을 말이지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그위에
할아버지에 수십 대 위 할아버지 적부터
뿌리를 대지 심장에 박고
하늘을 펼쳐 두르고
별들이 주렁주렁 열리면
따 먹어가메 말이여"
두루마리구름도 돗자리 쫙 펼치고
떨썩 앉더니 거든다
"그렇지, 저 위인은 꼭 있을 자리에 있어
살아서도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고고하게 가는 숨줄 붙들고 살아있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위인이
가느다란 눈을 뜨더니 말한다
"맨날 생겨났다 소멸됐다 반복하는
존재감 없는 너희들이 뭘 안다고
구설口說이여
그래도 최소한 천 년 쯤은 살아도 보고
죽는 것도 턱하고 죽을 것이 아니라
무위자연을 관조하면서
숨줄 조절해가메 서서히 죽는기여
그래야 세상 이치를
자연의 순리를
하늘의 깊은 뜻 알 수 있지 않것어?
있을 자리서 삶과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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