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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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의 철학

시인 이정록 교수 2019. 8. 4. 08:10

 

주목의 철학

 

        이정록

 

지나던 바람이 묵묵히 던진다

 

"꼭 있을 자리에 있어

천 년을 말이지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그위에

할아버지에 수십 대 위 할아버지 적부터

뿌리를 대지 심장에 박고

하늘을 펼쳐 두르고

별들이 주렁주렁 열리면

따 먹어가메 말이여"

      

두루마리구름도 돗자리 쫙 펼치고

떨썩 앉더니 거든다

 

"그렇지, 저 위인은 꼭 있을 자리에 있어

살아서도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고고하게 가는 숨줄 붙들고 살아있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위인이

가느다란 눈을 뜨더니 말한다

 

"맨날 생겨났다 소멸됐다 반복하는

존재감 없는 너희들이 뭘 안다고

구설口說이여

그래도 최소한 천 년 쯤은 살아도 보고

죽는 것도 턱하고 죽을 것이 아니라

무위자연을 관조하면서

숨줄 조절해가메 서서히 죽는기여

그래야 세상 이치를

자연의 순리를

하늘의 깊은 뜻 알 수 있지 않것어?

있을 자리서 삶과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