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도니스 왕자-
승목 이정록
그대의 삶에서도
한 두번 쯤
허한 바람이 스쳤겠지
.
그 바람에 갈대 숲이 일렁일때처럼
구름 속 달무리 질때처럼
남녀 격정의 사랑 지나간 자리처럼
아리고 시린 흔적 남겼을까?
.
그대 알몸 구석구석
그대 뼈 마디마디
피 멍든 상처 연못처럼 고여 있을까?
.
그대 젊은 초상에도
언제 인가는
황혼 빛 노을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
그럼 그때
그대와 나 구석구석 마디마디
아린 상처 섞고 섞어
풍상에 흔적을 비비고 비벼
그대 심혼 깊고 깊은 곳
그 곳으로 스미어
죽을만큼사랑할 수 있을까?
.
그대에 끝없는 욕정
아네모네의 자궁 속 후리는
연민과 애증의 사랑처럼
.
촉수로 감아 틀어
격정의 정념으로 잉태하고
비련의 아리고 아린 눈물로 해산하는
장미꽃이려니
.
그 꽃을 사랑했던 난,
비련의 주인공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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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목 스토리]
죽으면서 흘린 피에서
붉은 아네모네가 피어난
미소년 아도니스는
근친상간의 소산이다
.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사
아버지에게 정욕을 품에 된
퀴프로스의 스뮈나르 공주는
부왕 키뉘라스를 취하게 하여
동침에 성공한다
.
뒤에 이 사실을 안 키뉘라스가
임신한 딸을 죽여려 하자
공주의 기도에 감응하여
신들은 그녀를 몰약나무
(스뮈나르는 그리스어로 몰약나무를
가리킴)로 변신시키지만,
더욱 분통이 터진 키뉘라스가
나무를 두 동강 내버리자
그 속에서 아도니스가 튀어나왔다
.
아프로디테는 이 아기를
지하의 여신 페르세포네에게 맡겨
보호를 부탁한다
.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한 아도니스를
페르세포네가 돌려주지 않자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에게 중재를 요청, 아도니스는 1년의 삼분의 일은
페르세포네와, 또다른 삼분의 일은
아프로디테와 지내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그의 자유의사에 맡겼었다
.
아도니스를 더 많이 차지하게 된
아프로디테를 내세운 페르세포네는
아프로디테의 애인인 난폭한 군신
아레스를 사주,
사냥 나간 아도니스를 멧돼지에 받혀 죽게함으로써 그를 온통 차지한다
.
아도니스의 죽음에 애통하는
아프로디테의 눈물에서
장미가 태어났다니,
여신의 깊은 상심을 알 만하다
.
이에 아프로디테가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를 1년의 반은
아프로디테와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아도니스를 둘러싼 두 여신의 투쟁은
원만한 타결에 이르렀다
.
이로써 붉은 피를 흘리며 죽은
아도니스는 부활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도니스는 셈어로
'주(主)님'이란 뜻이다
.
그 어원에서 짐작되듯
아도니스는 동방 기원이다
.
꽃피는 4월, 지상에 왔다가
비를 내리고 축축한 가을이면
지하로 돌아가는 아도니스는
바로 죽음과 부활을 거듭하는
새싹의 정령이니,
.
고대 시리아의 비블로스 지방에서는
해마다 4월이면
아도니스축제를 열었다
.
봄이 오면
아네모네 꽃씨를 화분에 심어
정성들여 꽃을 피운
비블리스 여인들이,
아네모네가 이내 시들면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던
아도니스의 죽음을 애도하여
통곡 속에
꽃상여를 만들어 성대하게
장례를 지냈다고 한다
.
아도니스축제는
죽음과 같은 겨울로부터
대지의 부활을
기원하는 전형적인 계절제로서
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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