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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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시인 이정록 교수 2020. 8. 8. 12:59

트라우마
이정록

가을이 벌써 저 입구까지 왔다는
입추라고 그러는지
하늘을 막창내는 닥달비 때문에 그러는지
매미들도 벌써 풀이 죽었다

밤새 난장을 친 수마가 죽도록 미운데
무너진 집들을 뉴스에서 보고있자니
마음이 찟어지도록 아프고
간밤에 고통스러웠던 이재민들
두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을 보니
진영싸움에 목숨을 걸고
민생정치는 뒷전인 정치꾼들이
가증스럽도로 미워서 천불이 난다

저놈들 찍어준 손가락이 갑자기 저리는데
소 여물 써는 작두라도 있으면
댕강 잘라버리고 싶은데 하는
미움과 슬픔이 교차를 하니
트라우마가 욱, 욱욱, 튀어나온다

이놈은 명도 길어서 죽지도 않고
주인이 교통사고 난지가 십 년이 넘었고
이제 내공이 살아나서 쨉도 안될텐데
주인이 무너지는 것에 한 번 재미를 보더니 맛들였는지 따라다니면서 충동질이고
기운이 딸린다 싶으면 욱, 하고
센팅을 날린다

이리저리 가늠해 보니 살아온 세월이
한없이 부끄럽다
이럴 때 수재의연금이라도 덥썩 내놓으면
트라우마라는 저 놈도 쪽을 못쓸텐데
내 능력치가 너무 앏고 가볍다는 무능감이
자존의 근원을 침해하자
존재감이 테러를 당했는지
점심 때 된장국에 들었던 시래기 가닥이
욱하고 튀어나온다

쌓고 또 쌓고 끊임없이 쌓아서
날 숙주로 생각하고 에먼 날 우숩게 보고
작정하여 또아리를 틀고 비아냥 거리는
저 트라우마라는 놈 박살을 내야겠다
마음 독하게 다시 세우고
측은지심으로 눈물 찍어내는 반성으로나마
이재민들에게 위로를 전해야겠다
아자아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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