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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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피리 나그네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6. 3. 23:36

 

-  보리피리 나그네 -

 

          승목 이정록

 

삭풍 휘몰아치는

끝점 없는 허허벌판

지평선 허리 누워버린 은빛 설원을

끝없이 방황하는 길손이여

천년 설화 고독히 피워낸 백로

너울너울 춤추고 한삼자락 춤사위

훠워이 백학과 하나가 되어

천지를 울리는 광풍이 됩니다

 

삭풍의 댓잎* 서걱거리고

은빛 눈 옆 날리는 천 년설 *대숲길을

길손 찾아 가는 우수에 젖은 사슴이여

쓰라린 아픈 기억들 삭풍 한설에 날려 버리고

그리운 기억 들 맹종죽* 대롱에 담아

눈꽃 쌓인 뜰에 묻어 놓으십시오

따사로운 봄날 묻어 놓은 그리움

희망의 꽃으로 피어오를 것입니다

아련한 꿈속 실개천 건너

물오른 찰보리 부풀어 해산 달 다가오니

종다리 피리 분다 야단입니다

 

말 좀 해 주십시오

꿈 빛 헤살 거리는 봄날

버려진 그대들 뜰에 보리 피리 소리 들리는지

희망의 꽃은 피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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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종죽: 대나무와 죽순 대 속에

              속 한 제일 큰 대나무종

            (인간 존엄, 득도에 상징)

 

*댓잎: 대나무 잎새(죽엽)

          (청렴, 절개, 정절의 존재 상징)

 

*대숲길: 대나무로 이루어진 숲길     

               (자아와 사유의 길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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