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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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오월의 핏빛 여명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5. 23. 13:17

 

- 그해 오월의 핏빛 여명-

 

                  승목 이 정록

 

그해 오월

난 군을 제대한 다음 해 라

동원 예비군에 편입되어

불암산에 있는 165연대 동원 훈련을

받고 있었다

 

점심 시간에는 항상 연병장

대형 스피커에서 뉴스와 노래들이

흘러 나오는데

그 날은 스피커가 낮잠을 자는지

뜨거운 오월 하순의 햇살아래

배춧잎 풀 죽은 듯 축 늘어져 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 다음날도 푹 퍼질러져

탱볕의 몸을 압수 당한채 오그라 들어

숨이 죽었다

하여, 조교나 교관들 한테 물어봐도

잘 모른다 하며 쉬쉬 하는 분위기다

뭔가, 있구나

터졌구나, 하는 예감이

직관이 내 촉을 흔들었다

심히 불안했다

오박육일 동원훈련이 끝나서

퇴소하는 날까지

훈련소 전체가 긴장과 적막이

활동사진이 끊기고 먹통이었다

 

부대를 나와 버스들을 타려고

불암산 고갯길을 황급히 뛰는 모습들

비상사태시 그 모습이다

길가는 시민들 물어보니

광주서 난리가 났는데 내용을

잘 모르겠단다

제일 먼저들 도착한 곳이

신문 가판대다

광주사태가 났고 학생들이 데모를 했고

시민들이 가담을 했고

북한 남파 간첩들이 조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 였다

 

31사단 수송부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는 정현이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이 대뜸 하는 말

"형 나 죽을라다 살아났어

광주 교도소 사수 명령을 받아

동료 병사들을 군 추럭에 태우고

광주 교도소를 진입하는데

총알이 머리 위로 핑핑 날아 다니고

동료들은 총탄 맞고 쓰러지고 혼이 나가

정신 없이 어떻게 추럭을 끌고

나왔는지 모르겠어

지금 담양 경찰서도 털리고

난리가 났어"한다

 

또 "옆집 근만이 형은

화물 부치러 광주로 나갔다가

공수부대원 들에게 몽둥이로 죽도록 맞아

시체더미 속에 던져 놓은 걸 가족들이

뒤져서 찿아 왔고

사촌동생 막내 정환이는

조선대학교 다니는데

수업 마치고 담양집에 오려고

시외버스 정류장에 줄서 있는데

공수부대원들이 쳐들어 와서

이유도 없이 몽둥이와 군화 발로 짓이겨서

그래도 살려고 지하도로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 겨우 살아 왔으며

향교리 누구는 죽었고

담주리 누구도 죽었어" 하는데

차마 다 들을 수가 없었다

내 두 눈에서는 뭔지 모를 뜨거운 눈물이

한없이 흐른다

동생도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울어 버린다

 

그후 이틀 후인가

친구인 갑환이 한테서 전화가 왔다

갑작스러워 물었다

"아니, 너 제대 말년인줄 알았는데

제대 한거냐" 물었더니

"아니야 말년 휴가 나왔다가 죽을뻔 했다

용환이도 같이 말년 휴가 나왔는데

자대 복귀 할려고 담양에서 광주터미널로

갔다가 난리가 났어

버스 정류장도 폐쇄가 되고

시내로 나가서 서울 올라 가는 차량이라도

얻어 타고 올라가서 서울 형 집에 들렸다가

마장동에서 시외버스 타고

자대 복귀 하면  되기에

고속버스 터미널에 갔다가

시민들 틈에 끼어서 밀려 다니다

공수부대원 들을  만난는데

자대 귀대 중이다 라고 얘기하고

군번줄 까지 보여 줘도

니들이 간접인지 아닌지

변장한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고 하면서

설령 현역 군인이라 해도

왜 시민들 틈에서 데모를 같이 하느냐?

그리고 육군 땅개 새끼들이 군인이냐?

라고 하면서 개머리 판으로 몽둥이로 패고

군화 발로 짓이겨서 견디고 견디다 너무 고통스러워 젓 먹던 힘까지 다해서

탈출해서 달리고 달리다

어느 국도 도로가에서 다행히 서울가는

승용차를 만났다

하여 상황 설명을 하였더니 태워 줘서

차단한 검문소를 겨우 통과 해서

용환이랑 서울 형집 와서 치료중이다

보고 싶어 전화를 했으니

친구야 빨리오너라"라고 한다

 

전화를 끊고 친구 집으로 가는 도중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세상천지 만주주의 국가에서

도대채 무슨 해괴한 일이고

변고란 말인가

어버이 형제들 가슴에 총질을 하고

몽둥이질 개머리판으로 짓이기고

머리를, 턱을,허리를, 다리를 부수고

죽이는 이런  살육전이 대명천지 어찌

호남의 심장에서 일어 날 수

있단 말인가?

공수부대란 그 군대는 어느 나라 군대이고

어느나라 군인 이란 말인가?

그런 명령을 내린 원흉들은

도대채 누구란 말인가?

마음이 찟어지게 아려 온다

찟어 죽일놈 들

 

친구 형집에 도착하여 두 녀석을

서로 껴안고 볼을 비비면서

"잘살아 왔다 어서 군대 제대하고

사회에 복귀해서 복학도 하고

직장도 들어가고 사업도 하고

결혼도 해야 될 것 아니냐"하면서

세놈이 껴 안고 울었다

 

술은 캡틴큐 세 병을 사와서

세우깡과 오징어를 안주 삼아

밤이 지도록 마시며 옥상에서

울다가 군가 하다 가요를 불렀다

미명이 들고 오늘 따라 여명도 서러운지

세상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우리 셋 죽마지우 들을 비추며

꼭 이 비극을 잊지 말고

날선 정의를 구현하라며

두루마리구름 돌돌 말아 재끼고

우리들 심장에 뜨거운 불박을 찍는다

 

그 해 오월의 상처가 아물고

피눈물이 멋었거니 했건만

그 날만 오면 상처가 덜 아물었는지

또 토혈하여

뜨거운 위산이 가슴 팍에 쏱아져내려

피륙이 녹아 내리고 쓰라린다

원흉 그들은 12.12 구태타와

광주 민주항쟁 살인 행위로

천문학적 정치자금 수수 사실로

검찰 수사 받아 법정 사형 선고를 받고

천문학적  금액을 추징 선고 받았다

 

허나 곧 바로 국민 화합 차원 이라는

명분하에 사면 복권 되고

추징금은 28만원 밖에 없다는

신조어를 유행 시키며

오만한 자세와 사죄를 안하는

철면피 인면수심의 자세로

옛 권력의 실세들을 휩쓸고 다니면서

골프를 치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메스컴을 타는 등

참으로 졸던 똥개가 웃어 재낄 쇼를

연출 하며

지금도 몇대가 먹고 살수 있는

찬문학적  재물을 은익하고

호화호식 하며 살아가고 있고

자서전을 출간해서 천벌 받을 살인행위와

국가전복한 반란을 정당화시키는

추한 악행을 자행하고 있다

 

이것이 정의 인가?

다시, 묻고 싶다

이것이 진정한 정의 인가?

이것이 진정한 정의로운

만주사회 인가?

매년 반복되는 이 아린 고통이

죽을때까지 반복 될 것이고

그 고뇌가 지속 될 것이다

난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다

 

이 찟어 죽일놈 들

머나먼 무인 행성으로 유배를 보낼 일이다

그래서 더 이상 국민들 가슴의 상처가

덧나지 않고 아물었으면 하는

순진한 소원이 넋 들의 묘역을 떠돌며

신음한다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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