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이정록
오늘은 모진 운명이 결정된 날이고
적나라한 실체를 들어낸 날이다
우주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고귀한 원소의 탄생,
산소도 없는 척박한 항성 별밭에서
작은 원소가 수십억 광년을 잠들었다 깨어
뿌리를 박고 가녀린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리고 꽃대를 세웠다
꽃망울 튼실하게 맺어
모성母星을 떠나 험한 은하계에
별꽃으로 흗뿌려질 날 기다리다
드디어 번쩍 운명을 틔웠다
천체天體가 들썩 한다
우주에 신비스런 수수께끼가
설화說話가, 전설傳說이 용트림 한다
별꽃의 날숨,
응애응애응애 소리가 닿는 찰라
작은 별 지구가 요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