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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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꿈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6. 12. 03:19

 

 

 

 

 

 

- 소년의 꿈 -

 

(부제 : 형설지공)

 

 

승목 이정록

 

늦 여름밤 소년은 뒷 개천가

도랑으로 향한다

반딧불이를 사냥하기 위함이다

수정 이슬 모아모아 흐르는 듯

맑은 물이 흐르는 도랑은 피리 미꾸라지

가재 산메기 모래무지 중탱이 쉬리 메자

새우가 사는 일급수다

특히, 몽돌을 들추면 대사리가

쏠쏠하게 붙어 나온다

실개천과 만나는 하류지 도랑 양쪽 벽은

수초와 습지 풀섶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대사리 군단이 장갑차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주둔하고 있다

 

반딧불이는 대사리가 많이 사는 데서

자생 하는데 유충 때 대사리를 먹이

삼아 성충이 된다

땅굴을 파 들어가 성동격서격

게릴라 작전으로 다슬기 군단 심장을

파괴해 씹어가며 성글어 레이저 빔을

장착한 우주 전함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마법의 레이저 빔은 인간들의 꿈을 생산한다

한 여름밤 인간들은 그 꿈을 먹고 산다

꿈은 뇌하수채 속에서 자라서

인류의 꿈이 되고 대 자연의 꿈이

대 우주에 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년은 그 꿈을 쫒아 개천 옆

도랑으로 향하는 것이다

채집망과 잠자리채를 들고 도착했다

달이 성글지 않아 별만 헤이는 개천가는

깜깜하여 별빛에 의지하여 사냥을 한다

주머니에는 엄니 몰래 넣어온 하지감자

몇개가 들어 있어 볼록하다

 

채망으로 푸른 야광 빔을 발산하는

반딧불이를 잡아 채서 한 두마리씩

포획된 것을 모기장으로 꿰 맨 채집망에

담고 또 잡아서 담고를 연속한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주머니 넣어 온

감자 꺼내 먹으며 풀섶에 자리한 널찍한

돌팍에 앉아 중천에 뜬 별을 헤인다

 

"저건 북극성 북두칠성 삼태성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카시오페아 자리여" 해가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찾아서 몇개이고

무슨 모양새 인지 자신이 마치

어둠의 정령이라도 되는 양

궁시렁 거리며 그리고 또 그려 본다

그리곤 저 샛별은 내별이여 하며

화룡정점을 찍는다

 

그러다가 또 잡기 시작한다

그렇게 반딧불이를 잡다가 수초 촉수에

걸려 도랑에 풍덩 하여 생욕을 치루고

젖은 옷 벗어 도랑물에 흔들어 짜내고

털어서 다시 걸쳐 입는다

어림잡아 50마리 쯤 잡았을까

목표치가 찮다고 생각한 소년

반딧불과 별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며 콧노래 흥얼거리며

한 참을 걸어 집에 도착한다

 

싸리문 밖에서 일단 집안 분위기를

살피는 소년은 꼭 뭘 훔치러 온

밤 손님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는지

피식 거리며 손으로 입을 틀어 쥐고

웃는다

아부지 엄니가 다 주무시고

동생들도 골아 떨어진 것 같다고

판단한 소년은 슬금슬금 탱자나무 담장을

요전에 숨겨둔 가마니 짝을 턱 걸쳐

올리고 폴짝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가기 를 성공한다

 

대문 옆 칸에 있는 행랑방이 공부방 겸

잠자는 방으로 남 동생 세놈과 같이 쓰는

방인데 소년은 숨 죽이며 살금살금

기다시피 들어 간다

동생들이 잠 들었는지를 살피고 선

안심이 됐는지 한개 남은 물에 젖은

하지감자를 마저 꺼내 먹고는

젖은 옷을 갈아 입는다

그러곤 잡아 온 반딧불이를 책상 위

천장에 걸어서 높이를 가늠 한 다음

끈으로 동여 매고 선 얼굴을 갖다

대보니 눈이 부시자 소년은 만족하여

파안대소를 짓는다

 

다음에 스크랩북과 파스텔을 꺼내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선

아톰 만화책을 찾아 책상에 펼쳐 놓고

반딧불이 빔으로 만든 옥색등 밑에서

만화를 본다

그러다 씩씩 대기도 하더니

갑자기 낄낄낄 웃는다

소리없이 포복절도를 하다가

배꼽이 빠지기도 하고

벙글어진 파안대소도 짓는다

자신이 생각해도 꼭 미친 놈 같다는

자각이 드는지

"이거 내가 왜 이러는기여" 하며

또 낄낄대니 갑자기 배가 틀리고

손에 쥐가 나니 흔들어 대고 주무른다

소리 안내고 웃어 재끼려니

힘이 드는 것이다

 

한 참을 그렇게 만화 삼매경에 빠지더니

4B 연필을 가지고 만화 속 주인공

아톰을 스케치한다

스케치가 끝나자

소년은 파스텔로 색칠을 한다

덧칠도 하고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질감을 조절한다

 

그러다 소년은 갑자기 한문 시간에

배웠던 형설지공이 생각나서

낄낄 대더니 그러다 숙연해 진다

마치 자신이 공자선생 아니,

이항복선생 흉내를 내보는 것이다

"엄니, 나중에 호롱불 없이 반디불 밑에서

엄니는 떡 썰고 나는 그림 그리고

시합 한 번 붙어 보잖게 엄니" 하며

궁시렁 거린다

"아님, 반딧불이 10마리만 아니 5마리,

그것도 아니여 나는 연습을 많이 혀서

발군의 실력이 있응게 3마리만 키고

해 봅시다요" 할까 하는 생각을 하더니

또 낄낄 댄다 아무튼 기회 봐서 엄니한테

도전 해봐야지 한다

 

그렇게 소년은 늦 여름밤을

귀뚤이의 소년을 위한 애상곡 들으며

반딧불이 표 옥색등 걸고 만화를 보다

그림을 상상해서 밤새도록 그리다

책상 위에 엎드려 반딧불이 발산하는

마법의 꿈 빛을 따라

찌르래기 꿈꾸는 소리 따라

꿈 속 별들의 나라 은하를 아틈이 되어

날아 다닌다

 

그렇게 꾸밈없이 내제된 감성이

발현하여 자연을 벗 삼아 공부를 했던

것이고 그 시절 현대판 형설지공이라는

추억을 간직하게 됐음이니

이는 영원히 몸에 기억 되어

살아 숨 쉬는 소년의 전설이 된 것이다

 

귀뚤이 홍엽의 축제 때 낭송 할

시 친다 귀뚤귀뚤 하는 밤

어느 덧 시인이 된 소년

세포 속 기억 된 형설지공의 전설

새록새록 되 살아나 반디불이

꿈을 치는 마법의 빛을 따라 개천가

도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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