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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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의 고향 담양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6. 13. 04:48

 

 

 

 

 

 

 

 

 

 

 

 

시향의 고향 담양 

                                                                이정록

 

오월의 햇살이 산야에 싱그럽게 내리고 눈부시고

산등성이마다 새순이 풍성하다

신록의 파동이 여름을 재촉하고

뻐꾹이가 이 산 저 산에서 운다

해가 나이가 먹어도 봄이 한창인 이때쯤

들리는 새 소리들은 정겹기만 하다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하면 울어 대는

못자리 논의 머구리 합창이

곡창지대의 풍요를 기약한다

 

서울에서 출발해 익산을 지나자

들녘이 시원하게 들어 온다

모내기 풍경 사이로 논두렁 자운영이

연분홍과 연초록의 배색으로

인상파 그림처럼 바람에 출렁인다

 

장성 백양사를 지나 천 년 고찰 용흥사

고개를 넘으니 남도의 공기가 상쾌하다

길섶 개오동나무마다 보라 꽃송이 한껏

매달고 오월의 풍경을 즐기고 있다

 

옛 추성고을 읍내에서 메타스콰이어 길을

거쳐 창평면을 지나자 멀리 무등산을 뒤로하고

널푸른 광주호 물 위에 초여름 녹음이 그득하다

물살이 출렁일 때마다 산그림자 드리워져

녹색 선율을 날린다

 

물 길 아래 물고기들 한가롭다

아침 햇살에 드문드문 정자가 보이는

지곡리 병풍이 역광으로 빛난다

 

조선 문학의 산실 가사문학관에 들러

선인들의 고시조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고 

다시 길을 나서자

무등산이 보이고 수묵담채화처럼

펼쳐진 원림 사이로 정자며 고옥들이 즐비하다

 

조선시대 전통 정원으로 손 꼽히는

소쇄원을 비롯해

조선 사대부 정자의 아름다음을 한 껏 보여주는

송강정(松江亭)과 면앙정(俛仰亭)

그리고 명옥헌(鳴玉軒) 식영정 등

그야말로 한 편의 문학이요

한 폭의 그림이다

 

정자원림에 초입에 있는

명옥헌 풍경이 소쇄원과 더불어

한 권의 도록과 한 권의 시집을 대하는 듯 하다

몇백 년전 살다간 시인들의 시심이

저 호수 깊은 곳에서 오랜 세월 떠돌다

이를 삼켜버린 잉어 심장 속에서

시향이 꿈틀 거린다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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