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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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제월당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6. 14. 21:53

 

 - 소쇄원 제월당 -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공간에 달빛을 들이다]

 

 

밖에서 스며 들어오는 은은한 봉창 빛으로

온돌방이 적게 느껴지지 않고 되려

정겨운 공간으로 바꾸었던 주인장에

심미감에 감탄 할 따름이다

광풍각 작은 공간이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대나무 숲 계류를 건너 계곡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어우러진 백매화 홍매화가

초여름 기운을 한 껏 부른다

 

대나무 숲에서 대금 연주 하는 듯

스산한 바람 댓잎을 흔든다

선비의 그윽한 낭창 소리도 들린다

복사꽃이 피어나고 매화꽃잎 계곡물

타고 흘러내리던 봄 날

신선경이 따로 없던 이 곳

계곡 너럭바위에서 지난해 담가 놓았던

죽로화주 한 잔을 권하며 마음 맞는

시객들과 시 한 수씩 읊다가

삼복더위 엔 뻐국이 소리 들으면서

계곡 물에 발이라도 담근다면

깨끗한 마음이 절로 일어나

근심걱정이 절로 사라질 듯하다

 

제월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달빛 곱게 비추는 집이라는 뜻의 당호도

아름답고 우암 송시열의 글 속의

묵향이 가득히다

광풍각이 묵객들과 정담을 나누던

공간이라면 제월당은 주인이 글을 쓰는

서재 공간이다 정면 세 칸 측면 한 칸으로

그 중 왼쪽 한 칸에는 온돌방을 두었다

높다란 축대를 쌓고 시원하게 들인

건물은 소쇄원의 백미다

‘제월당’이라고 쓴 우암 송시열의 글에서

당 시대 시류가 흐른다

 

달이 중천이니 부엉이 스산하다

동산에 달이 오르자 달빛이 가득하다

주인은 달을 당기어 제월당

마당의 달빛을 들이고 또 당기어

마루에 달빛을 들인다

마당과 마루에 달빛이 가득하고

연못까지 가득하여 윤슬을 산란한다

별빛도 따라 들어 왔다

주인은 홀로 달빛 속으로 들어가 정좌하고

깊어 가는 여름의 정취를 음미하며

시를 친다

 

열정으로 보낸 호시절

이제와 생각하니 한 줌의 꿈이었던 것을

연꽃 이슬 속 바스러지는 달빛 보며

주인장은 그만 깜빡 꿈 길을 걷는다

동산에 오르니 달빛이 곱고

벽오동 우듬지 소쩍새 구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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