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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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야기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9. 8. 19:19

 

 

 

 

 

 

- 가을 이야기 -

 

승목 이정록

 

 

사계절 중 유독

가을이 오면 혼자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일까요?

가슴이 설래이기도 하고

풍요로워지고 행복해 지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지고

괜히 슬퍼지기도 하고

잎새가 서걱거리기만 해도

울먹하고 눈물이 납니다

 

누군가 그리워지고

사랑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죽을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배가 고파 우는 아이처럼

사랑을 달라 조르기도 하지요

또는 아련한 인어를 추억하며

목이 긴 고래처럼 쭈욱 빼고

수평선 너머 고슴도치 섬 바라보다

꿈을 꾸기도 합니다

 

가슴 도려낸 이별에

스스락 거리는 갈대소리와

풀벌래 소리에 위로 들으며

달빛 들인 대청마루에 누워

죽베개 눈물 젹시다 꺼억 꺽

목울대 훌터 내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초록을

추억하고 조락을 아파하며

수런수런 찾아 올 눈꽃을

그리워 하기도 합니다

 

농부들이 낟알을 거둬들이는

들녘을 거닐다 보면 풍년가

소리에 마음이 흐믓해지고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아부지 엄니 생각을 합니다

그리곤 개구쟁이 동생들 생각에

파안대소 하기도 하지요

 

여행을 계속 하다보면

아직은 서투른 신혼부부

고운 한복 예쁘게 차려 입고

두 손 꼬옥 잡고 거니는 모습이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요

 

바다와 단풍이 공존하는

어촌 마을을 찾았지요

해변도로 옆 야산에 또아리 튼

활엽수들이 하루가 멀다하게

울긋불긋한 옷을 갈아 입는 것을

보노라면 가슴 속에 군불을

지피는 것처럼 뜨거워지고

그 밑 철썩이는 파도가 갯바위

쓸어 안고 경배하는 애정행각에

실소를 던저 보기도 하지요

외로워서 그럴까요

아니면 즐거워서 그럴까요?

 

일출이 항구에 출근하면

어부들 고깃배 들어오고 경매가

시작 되지요

예리한 눈치 작전,

여리한 손 놀림,

알송달송한 암호,

보고만 있어도 정겨운 삶의

현장이지요

어부 아내의 예리한 칼질에

썰린 생선회 들고 등대밑에서

떠오르는 일출 안으며

소주 한 잔 드리키고

회 한 점 입에 넣고 씹으니

꿀맛입니다

 

말라 버렸던 시샘이 차오르고

넘치기 시작하니

지나온 여행길 유추하며

마음의 담는 시를 쳐 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띄울

아름답고 절절한 연서같은 시도

쳐서 가슴 한 켠의 담습니다

가을은 이처럼 희노애락이

넘, 많이 공존하는 계절이고

가슴 시린 사랑을 가져다 주고

추억을 안겨 주는 계절이기에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별들이 산란하고 달빛이 축여 놓고

봄이 잉태하여 가을이 해산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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