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나귀 타고 오는 가을 -
승목 이정록
초 가을날 바람 속에서
둘래길 끄집어 내어 펼쳐 놓으면
그토록 강렬하게 생명력 넘실대던
길섶 들풀들 기세가 한 풀 꺽여
제 빛깔 퇴색되고
방황과 일탈의 잔인함에 오열하던
여름날의 추억들
초상들
대 자연의 여백에 묻어 두고
살랑대는 갈바람 치마폭에
가을이 묻어 온다
그 사이로 푸른 미소 짓던
초목들 갈색 미소 띠어 갈 쯤
한들 거리는 춤사위 어여쁘고
오색으로 채색된 물오른 코스모스
한 소쿰 오곡 백과 머리이고
하늘하늘 춤 추는 고추잠자리
아름다워라
긴 갈색 갈기 휘날리며
살랑살랑 치마 바람 흗날리며
뒤뚱뒤뚱
통통통
재걸음으로
당나귀 타고 오는 가을이여
어여 어여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