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촌 -
승복 이정록
목비 내리는 산촌
숨 고르기 들어갑니다
눅눅히 징징거리던 참매미
낙엽송 매달려 목을 축이고
목청 까는 까마귀 떼
난장도 빗소리에 묻혀 버립니다
여름 막바지 뜨거운 햇살에
알몸 익히던 끝물 참외는 그만
파랗게 질린 채 자지러져 나뒹굽니다
소나무 밑동에 자리 잡은 개미 떼는
온 잔디밭을 헤매다가도 비 서너 방울에
그만 땅굴 속으로 삽시간
숨어버렸습니다
막바지 결실을 위해 쉬어 가라며
비는 그렇게 천수 흩뿌려
저녁나절을 촉촉이 적셔 줍니다
비 내리는 산촌은
잘려나간 옥수수 대궁 속으로
아늑하고 달콤한
휴식에 스며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