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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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8. 27. 02:41

 

- 산촌 -

 

승복 이정록

 

목비 내리는 산촌

숨 고르기 들어갑니다

눅눅히 징징거리던 참매미

낙엽송 매달려 목을 축이고

목청 까는 까마귀 떼

난장도 빗소리에 묻혀 버립니다

 

여름 막바지 뜨거운 햇살에

알몸 익히던 끝물 참외는 그만

파랗게 질린 채 자지러져 나뒹굽니다

소나무 밑동에 자리 잡은 개미 떼는

온 잔디밭을 헤매다가도 비 서너 방울에

그만 땅굴 속으로 삽시간

숨어버렸습니다

 

막바지 결실을 위해 쉬어 가라며

비는 그렇게 천수 흩뿌려

저녁나절을 촉촉이 적셔 줍니다

비 내리는 산촌은

잘려나간 옥수수 대궁 속으로

아늑하고 달콤한

휴식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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