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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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시인 이정록 교수 2018. 11. 30. 00:16

 
순교
 
   이정록
 
꽉 찬 선홍빛 서슬 퍼런 바람에
고개 숙이고 무릎을 접습니다
아직은 연민이 있어
마지막 휘날래 만류하려 숲을 찾았습니다
 
붉은 깃발 나부끼며
청춘을 불사르던 수피아 눈빛 떨구고 처절한 魂
별들의 무덤에 얹습니다
교조적 순환의 이치에 순응하는
나래짓이 애처롭고
그대 보내 드리는 사유가
잔불 사르던 숲, 숨을 죽입니다
 
갈무리하는 숲 서늘하지만
또 다른 미묘(美妙)가 스미고
그대 보내드린 산보(山步) 길
정염(情炎)이 사그라드니
붉던 달덩이도 하얗게 야위어
어께가 퍼르합니다
 
보내드립니다
먼 길 떠나는 그대 마음 아파
소슬비 징징거리지만
내일은 하늘 하얗게 내려 앉아
아픈 발자국 덮어줄 것이고
나목(裸木)의 가지마다 서리서리
하얀 설화가 필 것입니다
 
올 겨울에는 알래스카 정령(精靈) 혼백(魂魄) 속에서
하얀 맘모스 털옷 꺼내 입고
별 무덤에 모종한 
그대 환생(喚生) 기다리며
삭풍한설(朔風寒雪) 견뎌 낼
긴 겨울잠을 자야겠습니다
 
※수피아: 숲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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