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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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오는 날

시인 이정록 교수 2018. 11. 24. 18:43

 

첫사랑이 오는 날

 

승목 이정록

 

 

그녀가 오신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길

넝쿨장미와 싸리나무가 혼재된 중랑천 뚝방길

콩만한 콩새들 술래를 찾는지

보물찾기를 하는지 부랴사랴 소소하다

난, 뒹구는 포플러잎 서걱이는 아픔 느끼며

대지의 그녀가 포근하게 스미는

길을 걷는다

 

그녀가 오신다

코끝을 스치는 순백의 꽃

입 벌리고 두 팔 벌려 순백녀를 맞는다

어릴적 고향에선 그녀와 입맞춤하면

허리가 아프지않고 늙지않는다 하였다

주술을 걸어 활짝 피어 내려오는

그녀의 입술을 낚아 채 본다

혀끝이 설래인다

그녀를 모셔온 초겨울 추위가 옛시절 향수되어

내 몸을 덥히고 피가 뜨거워진 난

벌거벗은 포플러를 꼭 안아 본다

 

그녀가 오신다

간절히 기다렸었다

그녀와 손가락 걸었던 그 벤치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애절한 그녀를 부르기도 하였다

이른 새벽, 손 타지 않은 소복한 편지지에

애절한 마음 담아 戀詩를 써본다

 

그녀가 오신다

기다리는 그 누구에게는

그녀는 항상 첫사랑일 것이고

무언가를 간절히 애원하는

그 누구에게만 오시는 것일 것이다

난, 오늘 설빛 향내 풍기는 그녀를

끝없이 애무한다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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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목 어록 91 -

 

첫눈은

새색시가 시집가는 날처럼

새신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기다려지는 것이고

주술적 성격의 깨끗하고 소박한

소망이 서려 있다

 

하여, 누군가에겐 모든 눈은

항상 첫눈인 것이며

갈망하는 그 누군가의 가슴 속에만

내리는 희망이다

 

 

Photo by Arte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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