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오는 날
승목 이정록
그녀가 오신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길
넝쿨장미와 싸리나무가 혼재된 중랑천 뚝방길
콩만한 콩새들 술래를 찾는지
보물찾기를 하는지 부랴사랴 소소하다
난, 뒹구는 포플러잎 서걱이는 아픔 느끼며
대지의 그녀가 포근하게 스미는
길을 걷는다
그녀가 오신다
코끝을 스치는 순백의 꽃
입 벌리고 두 팔 벌려 순백녀를 맞는다
어릴적 고향에선 그녀와 입맞춤하면
허리가 아프지않고 늙지않는다 하였다
주술을 걸어 활짝 피어 내려오는
그녀의 입술을 낚아 채 본다
혀끝이 설래인다
그녀를 모셔온 초겨울 추위가 옛시절 향수되어
내 몸을 덥히고 피가 뜨거워진 난
벌거벗은 포플러를 꼭 안아 본다
그녀가 오신다
간절히 기다렸었다
그녀와 손가락 걸었던 그 벤치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애절한 그녀를 부르기도 하였다
이른 새벽, 손 타지 않은 소복한 편지지에
애절한 마음 담아 戀詩를 써본다
그녀가 오신다
기다리는 그 누구에게는
그녀는 항상 첫사랑일 것이고
무언가를 간절히 애원하는
그 누구에게만 오시는 것일 것이다
난, 오늘 설빛 향내 풍기는 그녀를
끝없이 애무한다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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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목 어록 91 -
첫눈은
새색시가 시집가는 날처럼
새신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기다려지는 것이고
주술적 성격의 깨끗하고 소박한
소망이 서려 있다
하여, 누군가에겐 모든 눈은
항상 첫눈인 것이며
갈망하는 그 누군가의 가슴 속에만
내리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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