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태백산이여,천년 주목이여 --
승목 이정록
아, 태백산!
이 한마디로 더 이상의
은유나 형용사는 가라
등산객이 많아서 조금씩 정체되기는
했지만 정상을 얼마 앞두고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전설의 아름드리 주목 군락지를 만났다
우리 일행들 입에서는 함성이 터졌다
함박눈을맞으며 절반은 하얗게 죽어서
절반은 푸르게 살아서 설화를 피워낸
천 년 주목!
하늘과 땅과 바람과 인간에게 잔뜩
자태를 뽐내고 있는 전설의 주목!
천 년을 살아 설화를 피워
하늘과 땅과 우주의 모든 신들과 겯눈질하는 인간들에게 까지 고혹한 배려의 자태를,
천 년의 전설답게 저 높은 우주까지
뽐내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우리 일행은 전설들을 보는 순간
아,천년의 전설이여!
전설들을 품고 있는 아, 태백산이여!
경이롭도다,하는 탄성을 토해 냈다
태백산 토끼 눈망울 만한 함박눈이
내리며 경이로운 조우의 순간을
자축하고 있었다
일행은 일정 때문에 황홀한
감동의 여운을 뒤로하고 막바지
정상을 향하여 차고 오르니
나무들 가지가지 마다
설화를 피워 물고, 업고, 머금은
드넓은 상고대 바다가 펼쳐졌다.
나그네 일행 입에서는 아,태백산!,이라는
긴 탄성을 이구동성으로 태백산 정상
가득 토해냈다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매서운 칼바람이 정상에서 인증샷은
고사하고 잠시 머무를 틈도 없이
밀려드는 나그네들의 인파도,
그 인파에 밀려 도시락 먹을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모든 순간순간 짜증들도,
태백산의 신화와 천 년 전설을 이어가는
주목의 경이로운 자태와 위엄 앞에
아무도 쉽게 허락치 않는다는
자연의 조화와 기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2015.11.30(정정)
카메라: Canon EOS 600D
촬영지: 태백산 주목 군락지
Photo by J R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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