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곱단이 --
승목 이정록
동대문 등기소 지나
청계쳔 가는 길 중간 쯤
한옥촌 골목이 있다
30촉 등 밝힌 문간방 창문에
작은 돌맹이 하나 툭 던지면
진홍빛 양단치마 나풀나풀
환한 보조개 훨훨 날아 안겨오던
고운 사람이 있었지
석양빛 삐걱 거리는 쪽 대문 열고
그녀가 들어 오는 소리 들리면
서투른 젖은 손 합바지에 닦으며
그녀의 젓가슴 골짜기 보다 깊은
자취방 부엌에서 뛰어 나와
함박꽃처럼 웃으며 들어오는
그녀의 과일봉지 받아주던
순진한 사내가 있었지
손톱의 봉숭아 초승달 미소짓고
눈꽃이라도 뿌릴 듯 꿀꿀한 날이면
아득하게 밀려오는 보고품 때문에
따끈한 커피가 숨 죽이는 것도 잊은 채
사내를 추녀 끝에 걸고 추녀마루에
산천의 풍경을 불러 들여 병풍을 치고
하얀 층층구름의 나신(裸身)을 보여 주는
곱단하고 응큼한 첫사랑이 있었지
PHOTo BY J R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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