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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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단이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12. 14. 03:06

 

 

-- 곱단이 --     

 

       승목 이정록

   

 

동대문 등기소 지나

청계쳔 가는 길 중간 쯤

한옥촌 골목이 있다

30촉 등 밝힌 문간방 창문에

작은 돌맹이 하나 툭 던지면

진홍빛 양단치마 나풀나풀

환한 보조개 훨훨 날아 안겨오던

고운 사람이 있었지

 

석양빛 삐걱 거리는 쪽 대문 열고

그녀가 들어 오는 소리 들리면

서투른 젖은 손 합바지에 닦으며

그녀의 젓가슴 골짜기 보다 깊은

자취방 부엌에서 뛰어 나와

함박꽃처럼 웃으며 들어오는

그녀의 과일봉지 받아주던

순진한 사내가 있었지

 

손톱의 봉숭아 초승달 미소짓고

눈꽃이라도 뿌릴 듯 꿀꿀한 날이면

아득하게 밀려오는 보고품 때문에

따끈한 커피가 숨 죽이는 것도 잊은 채

사내를 추녀 끝에 걸고 추녀마루에

산천의 풍경을 불러 들여 병풍을 치고

하얀 층층구름의 나신(裸身)을 보여 주는

곱단하고 응큼한 첫사랑이 있었지

 

               

 

 

                  PHOTo  BY  J R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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