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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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흉내

시인 이정록 교수 2018. 5. 8. 23:52

 

 

 

 

 

 

 

 

 

 

 

 

 

 

- 어버이 흉내 -

 

          승목이 정록

 

 

침묵의 신음 따라 흐르고

흘러왔던 세월

여기 똘감나무 노을빛 물들이고

그 노을빛 어느새 황혼의 아버지 모습

어머니 모습으로 아른거린다

비워가는 세월이 줄을 서고

하나씩 옷을 벗어 내어주는

어버이 흉내 닮아 간다

 

어느 길 어느 모퉁이

어느 뜨락에서 날개 접고 알몸 서서

노을빛 물들인 태를 잇는 작은 씨앗

홍시가 익어 갈 때쯤

황혼의 시름 덜고 곱게 감물 들인

어머니 치마폭으로

아버지 삼베 적삼 속으로

안기고 싶은 나를 바라본다

 

들녘 논뺌이 호밀밭

백발 터는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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