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 소스코드 --
승목 이정록
지금 쯤 고향집에 가면
학독 옆 장두감 빨갛게 익어
홍시가 되어 있을게다
장광에는 엄니가 담가 놓은 된장이
푹 익었을 것이고 그 속에 파 묻어 놓은
열무시 짱아찌 콩밭에 쩔어
누렇게 야위였을 것이다
골 깊은 구름다리 건너면
앞 냇물 뒷 냇물 품에서 숨어 노는 완동골에
순애와 같이 살아 갈 초가집 띄워 놓고
이엉엮고 용마름 틀어 올린 지붕 위에
하얀 박꽃 촘촘히 밝혀 놓고
텃밭 옆 싸리담장 구멍 마다
닭장 옆 탱자담장 구멍 마다
뒤안에 동백담장 구멍 마다
설화가 주렁주렁 열릴 머루포도 심어놓고
옆산 자락에는 죽화의 전설이 칸칸히 담길
맹종죽 심어놓고
우물가 학독에는
텃밭에서 똑똑 딴 홍고추와
쑥 뽑은 생강, 마늘, 다듬어 넣고
찹쌀풀 쑤어 붓고
통멸치젖, 통새우젓, 섞어 넣어
손돌로 싹싹싹 갈은 다음
텃밭에서 쑥쑥 뽑은
얼갈이 배추,부추 다듬어 씻어 넣고
죽순 삶아 찟어넣고
쓱쓱쓱 무쳐내서 순애 가슴처럼
숙성 잘되는 질박한 옹기에 덜어 담고
그래도 학독에 넉넉히 남아 있는
걷저리에 따끈한 쌀밥 부어 넣고
나무주걱으로 살살살 비벼내니
별나라 가신 우리 엄니 어께 너머로
입력한 얼가리 죽순 걷저리 비빔밥 완성이다
여기다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세월의
사랑과 행복의 깨소금 듬뿍 뿌려 주니
살고지고 푼 지상낙원일쎄
지금 내 꿈 속 고향에선
순애와 학독에 마주 앉아 비빔밥 떠 먹을제
장두감 홍시 두 개가 입가심으로
비빔밥 위에 뚝 떨어 졌다
20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