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녀(秋女) -
승목 이정록
베르테르 숲으로 가자
가을은 그대의 계절이라 했던가?
가을빛 순정 부풀어 만산홍엽 해산하는 그녀
옷고름 풀어 제치는 소리
갈바람 경배하는 소리
농염하고 찬란하지
베르테르 숲으로 가자
오색 치마자락 출렁이는 그녀
거칠어진 숨결 토하며
홍엽의 씨줄 거둬 들여
낙엽의 원소 별밭 모종하는 소리
성전에서 기도하는 소리
신성하고 충만하지
베르테르 숲으로 가자
바람의 낙엽 밟는 소리
저고리 여미는 소리
그녀의 현란함 누리빛과 어우러지니
농염한 카타르시스가 되고
불둑한 저 격정의 소리
달아오른 노을빛 스러지는 소리
황홀하고 현란하지
베르테르 숲으로 가자
그대가 그녀의 가슴을
쓱 스치면 향기가 발하고
툭툭 건드리면 붉게 부풀어 오르고
톡톡톡 터뜨리면 사랑화가 피어난다
농익은 정념의 계절
사내를 부르는
그녀의 이름은 가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