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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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첫눈으로 오는 날

시인 이정록 교수 2017. 12. 8. 05:15

 

 

 

- 첫사랑이 첫눈으로 오는 날 -

 

승목 이정록

 

그녀가 오신다

오늘은 평소 보다 일찍 퇴근하는 길

넝쿨장미와 싸리나무가 혼재된

중랑천 뚝방길 콩만한 콩새들이

사랑을 찾는지

숨박꼭질을 하는지

하루를 섭렵하고

난, 나뒹구는 포플러잎

서걱이는 향수 느끼며

대지의 체온에 그녀가 포근하게

스미는 그 길을 걷는다

 

그녀가 오신다

코끝을 스치는 순백의 꽃이여!

입 벌리고 두 팔 벌려 순백녀를 맞는다

어릴적 고향에선 그녀를 받아 먹으면

허리 아프지않고 늙지 않는다 하였다

주술을 걸어 활짝 피어 내려오는

그녀의 입술을 낚아 채 본다

혀끝에 설래임이 스민다

그녀를 모셔온 초겨울 추위가

옛시절 향수되어 내 몸을 덥히고

피 뜨거워진 난 벌거벗은 포플러

나신을 꼭 안아 본다

 

그녀가 오신다

간절히 기다렸었다

오시는 그녀와 손가락 걸었던

그 벤치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애절한 그녀를 부르기도 하며

이른 새벽 하얀 여백 위에

애절한 연심 담아 절절한 사랑시

써 보기도 하였지

 

그녀가 오신다

기다리는 그 누구에게는

그녀는 항상 첫사랑일 것이고

무언가를 간절히 애원하는

그 누구에게만 오시는 것일 것이다

난, 오늘 설빛 향수 마시며

그녀가 오시는 길

끝없이 마중한다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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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목 어록 91 -

 

첫눈은

새색시가 시집가는 날처럼

새신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기다려지는 것이다

 

주술적 성격에 깨끗하고 소박한

소망이 있고 순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추억이 서려 있다

 

하여,

누군가에겐

모든 눈은 항상

첫눈인 것이며

 

갈망하는

그 누군가의 가슴 속에만

내리는 것이다

 

Photo by Arte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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