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버이 흉내 -
승목 이 정록
침묵의 신음 따라
흘렀고
흘러왔던 세월
.
여기,
똘감 나무 노을빛
물드리고
.
그 노을빛
어느새 황혼의
아버지 모습
어머니 모습으로
아른 거린다
.
비워가는 세월들이
줄을서고
하나씩 옷을 벗어 내어주는
어버이 흉내 닮아 간다
.
어느길
어느 모퉁이
어느 뜨락 에서
날개 접고 알몸 서서
노을빛 물들인
태를 잇는 작은 씨앗
홍시가 익어 갈때쯤
.
황혼의 시름 덜고
곱게 감물 들인
어머니 치마폭으로
아버지 삼베 적삼 속으로
안기고 싶은
나를 바라 본다
.
들녁 풀섶
오월의 마른 소리가
들린다
2016.05.08
Photo by Artem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