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순의 전설 -
승목 이 정록
오월이라 봄의 막바지
봄비가 내리면
.
대쪽같은 선비 혼 들
시를 치는 푸른 대숲
죽화 피워낸 백년 전설의 대뿌리
마듸 마듸
싹을 틔우고
흙 베어물고 솟아 오른다
죽순이다
.
대숲 그물망 걸린 구름때
대쪽 같은 촉수에 찔리면
품속 지닌 봄물 다 쏟아 낸다
.
마른 목 축인 죽순
화살촉 보다 빠른 생육이 시작 된다
우후죽순 전설의 서막이 열린다
.
형제 자매 죽순들
쑤욱 쑤욱 키재기 하며
아비 어미에 턱을 치받고
어께 쭉지 짚고 오르고 또 오른다
.
창공을 찌르고 하늘을 찌른다
한치 흐트러짐 없이
층층 쌓으며 햇살을 비껴간다
.
가슴속 백년 전설 담기 위해
마듸 마듸 통으로 비우고
득도한 장인처럼
엄숙한 의식속에
고요히 쌓고 또 쌓는다
.
그 속도 대숲 정령들
지켜 보아도 가늠이 어렵다
다 자란 죽순 허물을 벗는다
죽피 가죽이다
.
삭풍한설 후려 쳐도
걷옷 한벌 걸치지 않고
설화를 피우고
그 푸르른 기백의 혼줄을 놓지 않는다
.
사시사철,
흐뜨러짐 없는 푸르른 기상
대쪽같은 신념
버들같은 부드러움
부패한 세상 질타
몸 베인 선비의 전설로 우뚝 선다
2016.04.17
Photo by J R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