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로차 시향과 버무리다 -
(신선경 소쇄원에서 사랑을 낚고
시어를 낚고 세월을 낚아 보련다)
승목 이정록
식영정 천년 송화향 면암정 스미니
와송 향불을 피운다
요염한 와송 향
송강정 시객 흑매화로 피어나
명옥헌 사랑방 침향으로 머물다
대숲 바람에 스미어
광풍각 마루에 오르니
햇살도 따라 들어 오누나
영산강 원류 살아 숨 쉬는 추월산
천삼화 피어나고
까치가 알을 붐는 까지봉
푸른 솔 독야청청하는 장원봉이 병풍을 두르니
소쇄처사 양공지려의 정자원림
벽오동 앉은 봉황 닮았구려
풍상 흔적 이끼 계류 타고 흐르고
더께 세월 뿌리 내렸으니 소쇄옹의 꿈
가사문학 달빛으로 떠 오른 고운빛
황매화 젖가슴 들이고
수련화 솟곳치마 들이고
벽오동 보라색 눈썹에 걸어 놓고
사랑방에 매향이 들이어 다향을 치다가
온돌방 비껴 들이고
꿀잠을 청하는구나
꿈 결 흐르던 휘영청 달빛
추성고을 지나 금수강산 돌아
우주를 아우르고
매향이 깨기 전 돌아 와
댓잎 이슬 속에 잠이 드니
우주가 잠긴 이슬
시객 죽로차라 이름 짖고
호리병에 담는구려
이끼 낀 상념들
계류의 맑은 물에 씻어 볼까?
대숲서 불어오는 죽향에 씻어 볼까?
이슬 친 물소리 눈빛 사이
양산보 낭창 소리 들리는디
연못에 야리 핀 수궁화 자궁 밑
아스라이 다가 가서
사랑을 낚고
시어를 낚고
세월을 낚아 보련다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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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전남 담양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정원
*제월당: 소쇄원내에 위치한 정자로서 일종에
책을 읽는 독서당과 묵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잠을 자는 온돌방이 있는 공간
(달빛을 들인다 하여 제월당이라 함)
*광풍각: 소새원내에 위치한 정자로서 손님을
맞이하고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바람을 들인다 하여 광풍각이라 함)
*소쇄처사 양공지려: 양산보의 조촐한 집이라는
뜻으로 우암송시열이 친필로 쓴 글
*양산보(1503-1557):조선 중종때사람으로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조광조의 문하에
있다가 기묘사화로 조광조가 사사되자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여 풍류를 즐기며
운둔 생활을 한 사람으로 일명 소쇄옹,
소새처사로 불림
*우암: 송시열의 호
*추성고을: 담양의 옛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