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둥지이어라
이정록
재 넘어 외딴 누옥陋屋
독아지 된장 햇살에 띄우고
토담밑 방앳잎 홍살치마 나풀거리고
파란 도화지에 금빛 채색하던 금잔디
볕이 좋아 졸고있어요
손님이라 우기던 한량바람
알싸한 쑥갓향 후려 텃밭 돌아나가고
몽돌 계단밑 수심찬 여울목
징검다리 쓸어 안고
뻐끔진 눈물 쏟아내어요
환장한 봄날
복숭아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둥둥둥 꽃둥이 띄우면
수억광 년 달려온 햇살이 초원을 가르고
달물 가득 머금은 아침 이슬
초롱초롱 빛이나네요
꽃터지는 봄날
그대와 아옹다옹 사는 둥지
한 폭의 수채화 액자에 담으니
여기가 바로 둘이서 색칠한
단 칸 초가 둥지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