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어화 -
승목 이정록
방랑의 문을 여니
풀섶 고요하다
풍경처럼 일렁이는 쪽배
달빛 적요하고 신묘한 물안개 여울목
소리없이 넘는다
저 멀리 홍등불 요요한 흔들림
술 독아지
누룩 자라는 소리
누룩 박 터는 소리
누룩 분칠 하는 소리
지나는 묵객 시인
한삼자락 부여 잡는 농염한 몸짓
술맛 땡긴다
거나한 취기
겹겹이 수 놓은 자목련 솟곳처럼
붉은 정념 멀미 타고 흔들리니
여인의 치마자락 펼쳐놓고
묵객 시인의 붓 끝이 휘날리자
흑모란 피어 오르고
벌 나비가 춤을 추니 어이 할 꼬
이를 귀에다 묻고 눈에다 묻고 손끝에 묻고
가슴에 묻으니
격정의 애련화 피고지고 피고지고
파르르 요동친다
이런 달밤 다시는 안올지도 몰라
이런 선경향 다시는 안 피어 오를지도 몰라
저 들판에 흩어져 덜컹거리는
바람 소리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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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 : 말을 알아 듣는 아름다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