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부부 정담 -
승목 이정록
눈물도 호강이라 헙디여
참말로, 고생 스러운게 눈물도
안 나옵디다
.
죽지 못해 산다고 헙디여
죽을 만큼 아픈게
죽을 생각도 안 납디다
.
미워도 한세상
좋아도 한세상
말라 비틀어져 버린 마른 가슴 팍
달래 감서
보둠아 감서 살고 볼 일이여
살아 갈 일이랑게
.
쩌쪽,
산밭 풀도 메야 허는디,
콩밭도 솎아야 되는디,
문뎅이 껍데기 손꾸락
장단 쳐감서,
호멩이질 허다 본게
호맹이 자루 뿌러져 부런네,
.
영감 어디 있소~
빨리 오쇼~
팔자 좋게 탁주 치요?
근게,
고생 스런게,
논밭떼기 팔아 불고
서울 큰 자식놈 한테 가서 살잖게
뭣, 담새 그러요 참말로!
.
영감, 밥 차려 놨응게
언능, 밥 잡수쇼잉
약주 그만 허고,
.
손주들도 보고 잡고
자식들도 보고 잡고
.
인제,
우리는 93살인디 영감,
근게 동갑쟁이여,
이만 허면 살 만큼 살았승게
고상은 많이 혔지만,
.
그만 허면 하늘이 도우시고
조상님이 도우시고
조앙신이 도우셔 갖고 근게
우리 부부 천명 다허고
어따 자식들 건강허고
그만허면 먹고 살만 허고
손지들 이쁘고 공부도 잘허고!
.
근디,
손지들 보고잡네!
아그들아 좀 댓고 오니라
가뭄들어,
논뺌이 바닥 쩍쩍 갈라지기 시작헌다
다 갈라져 불기 전에 오것냐?
.
저기 핑나무 안근 뻐꾸기
뻐꾹 버꾹 헌게,
가슴이 쏴 헌게,
애간장이 녹아 분다
소나기가 한 줄금 혀야 쓰것는디
참 속 터지네
.
마누라,
햇빛이 뜨거운게
미숫가루 한 댓박씩 허고
낮 잠 한 숨 허고
우리 힘 내 붑시다
.
여보 마누라
사랑 허요 겁나게
나는 긍게 당신 없으면 못산당게
당신 오래 오래 살아야 혀
여보 사랑 허요
2016.08.03
Photo by Artem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