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록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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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부부 정담

시인 이정록 교수 2016. 8. 5. 20:33

 

 

 

 

 

 

 

 

 

 

 

 

 

 

 

 

 

 

- 노 부부 정담 -

 

 

 

               승목 이정록

 

 

 

 

눈물도 호강이라 헙디여

참말로, 고생 스러운게 눈물도

안 나옵디다

.

 

죽지 못해 산다고 헙디여

죽을 만큼 아픈게

죽을 생각도 안 납디다

.

 

미워도 한세상

좋아도 한세상

말라 비틀어져 버린 마른 가슴 팍

달래 감서

보둠아 감서 살고 볼 일이여

살아 갈 일이랑게

.

 

쩌쪽,

산밭 풀도 메야 허는디,

콩밭도 솎아야 되는디,

문뎅이 껍데기 손꾸락

장단 쳐감서,

호멩이질 허다 본게

호맹이 자루 뿌러져 부런네,

.

 

영감 어디 있소~

빨리 오쇼~

팔자 좋게 탁주 치요?

근게,

고생 스런게,

논밭떼기 팔아 불고

서울 큰 자식놈 한테 가서 살잖게

뭣, 담새 그러요 참말로!

.

 

영감, 밥 차려 놨응게

언능, 밥 잡수쇼잉

약주 그만 허고,

.

 

손주들도 보고 잡고

자식들도 보고 잡고

.

 

인제,

우리는  93살인디 영감,

근게 동갑쟁이여,

이만 허면 살 만큼 살았승게

고상은 많이 혔지만,

.

 

그만 허면 하늘이 도우시고

조상님이 도우시고

조앙신이 도우셔 갖고 근게

우리 부부 천명 다허고

어따 자식들 건강허고

그만허면 먹고 살만 허고

손지들 이쁘고 공부도 잘허고!

.

 

근디,

손지들 보고잡네!

아그들아 좀 댓고 오니라

가뭄들어,

논뺌이 바닥 쩍쩍 갈라지기 시작헌다

다 갈라져 불기 전에 오것냐?

.

 

저기 핑나무 안근 뻐꾸기

뻐꾹 버꾹 헌게,

가슴이 쏴 헌게,

애간장이 녹아 분다

소나기가 한 줄금 혀야 쓰것는디

참 속 터지네

.

 

마누라,

햇빛이 뜨거운게

미숫가루 한 댓박씩 허고

낮 잠 한 숨 허고

우리 힘 내 붑시다

.

 

여보 마누라

사랑 허요 겁나게

나는 긍게 당신 없으면 못산당게

당신 오래 오래 살아야 혀

여보 사랑 허요

 

 

 

 

                     2016.08.03

 

 

 

 

 

             Photo  by  Arte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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