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이정록 꽉 찬 선홍빛 서슬 퍼런 바람에 고개 숙이고 무릎을 접습니다아직은 연민이 있어 마지막 휘날래 만류하려 숲을 찾았습니다 붉은 깃발 나부끼며 청춘을 불사르던 수피아 눈빛 떨구고 처절한 魂 별들의 무덤에 얹습니다교조적 순환의 이치에 순응하는나래짓이 애처롭고그대 보내 드리는 사유가 잔불 사르던 숲, 숨을 죽입니다 갈무리하는 숲 서늘하지만 또 다른 미묘(美妙)가 스미고그대 보내드린 산보(山步) 길정염(情炎)이 사그라드니붉던 달덩이도 하얗게 야위어어께가 퍼르합니다 보내드립니다먼 길 떠나는 그대 마음 아파소슬비 징징거리지만내일은 하늘 하얗게 내려 앉아 아픈 발자국 덮어줄 것이고나목(裸木)의 가지마다 서리서리하얀 설화가 필 것입니다 올 겨울에는 알래스카 정령(精靈) 혼백(魂魄) 속에서 하얀 맘모스 ..